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살인사건이나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모들의 경우, 처음에는 아들 잃은 슬픔과 피의자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기 아들과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해달라고 국가와 사회에 호소한다.
성폭행 피해자들도 피의자의 성폭행 사실을 낱낱이 밝히며 응징할 때, 자신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원해서 용기를 냈다고 한다.
사회적 재앙의 대부분 피해자들도 마찬가지로 자신한테 온 재앙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한다.
이와 같이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고통이나 재앙만을 해결해달라고 하지 않고, 우리 사회 전체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호소하면서 자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국가와 사회는 피해자들의 간절한 호소를 왜 새겨듣지 못하고 있는 걸까?
우리는 살인이나 성 폭력 같은 악한 사건들이 일어날 때마다, 그 사건에 숨어 있는 본질에서 문제를 찾기보다 나타나는 현상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피해자들이 처한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당면한 현상의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언급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한 호소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만약 호텔 로비에 똥파리가 날아들 때, 똥파리만 몰아내면 계속 날아오는 똥파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똥파리를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는 똥을 치워야 똥파리를 몰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각종 범죄와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범인을 잡고 벌을 가하고 범행동기를 파악하고, 그 죄를 낱낱이 이 사회에 알려 파렴치한 행태를 고발하고, 피해자들에게 응분의 보상을 해주는 것은 현상의 문제다,
그리고 본질의 문제는 범죄의 원인을 분석하고, 범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자들을 색출하여 어떻게 교육하고 정화하느냐이다.
이미 사고를 낸 범인은 파렴치한 사람으로 미움의 대상이지만, 사고를 내기 전의 그 사람은 우리 사회가 안아야 할 대상이었고, 사랑했어야 할 대상이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귀중한 생명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면, 범인이 사고 내기 전에 누군가 그 사람을 사랑으로 안아서 새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범인이 사고 내기 전에 새사람으로 변화되었다면 귀중한 목숨이 끊어지지 않았거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피해자들의 호소에서 본질적인 해답을 찾아야 한다.
그나마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호소에 의해 국회가 상황에 따라 정인이법, 민식이법,김용균법 같은 네이밍법을 만들고 있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 모 정당이 대표가 저지른 성추행사건에 대해 피해자가 고소를 원치 않으니 수사를 하지 말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성 범죄의 경우 피해자 또는 기타 법률이 정한 자의 고소 고발이 있어야 공소할 수 있는 친고죄가 2013년 폐지된 이후, 지금은 범죄가 인지되고 사회적 파장이 크다고 판단되면 수사기관에서 수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성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친고죄 페지에 앞장섰던 모 정당의 금번 대응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피해자의 본질적인 호소뿐만 아니라, 아울러 수사기관의 사회적 파장에 대한 호소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인 것 같다.
[단상]
과학수사로 범죄가 없어지기보다는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으로 우리 사회에서 범죄가 사라지면 더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