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해마다 국제기구, 각국 정부, 공공기관, 시민사회단체는 홍수처럼 백서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국가는 국방백서, 외교백서, 경제백서, 산업통상백서를 정기적으로 발간한다.
백서(white paper)는 행정 각 부처가 소관 사항에 대해서 제출하는 보고서로, 원래는 영국 정부가 외교상황을 일반 국민에게 알리는 공식 보고서였는데, 그 표지가 백색이기 때문에 '백서'라는 명칭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백서는 이러한 영국의 관행이 세계 각국에 널리 퍼져 공식문서의 명칭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국방에 대한 정부의 공식 보고서를 '국방백서'라 하고, 노동문제에 대한 공식 보고서를 '노동백서'라 부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영국 의회의 보고서는 그 표지 색깔이 푸른색이기 때문에 '청서(blue book)‘로 불린다고 한다.
백서 중에서도 국방백서는 국민에게 국방정책 추진 실적과 향후 방향을 공개하여 국민적 안보 공감대 형성을 주 내용으로 담고 있으면서, 무엇보다 전 세계에 완벽한 군사대비태세를 천명하는데 더 큰 의의가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특히 이해관계가 있는 이웃 나라의 국방백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9년 국방백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한 것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과 안보이익을 크게 훼손한 것이라고 기술했고,
일본도 2020년 방위백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과 함께, 독도 상공에서 충돌이 발생하는 경우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대한민국 국방부도 어제(2일) '2020 국방백서'를 발간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군사력이 증강되었지만, 2018년 백서 때와 같이 북한을 주적으로 표현하지 않았고,
일본에 대해서는 한일관계의 악화를 반영해 일본을 동반자에서 이웃국가로 격하시켜 표현했고,
중국 관련해서는 국방백서에서 사드 갈등 내용을 삭제했고, 미국에 대해서는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언급했다고 한다.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향후 일본과의 관계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9월 스가 총리 취임 이후 일본도 한국을 계속 이웃국가로 격하시켜 부르고 있고, 한국 역시 ‘2020 국방백서’에서 일본을 이웃국가로 격하시켜 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국방백서는 1967년 처음 발간된 뒤, 이듬해 2회까지 발행하고 발간이 중단되었다가, 그 뒤 1988년 창군 40주년을 맞아 다시 발행되기 시작해, 2000년까지 해마다 발행되었다.
원래는 매년 국군의 날이 있는 10월에 발간되었으나, 2000년에는 6·15남북정상회담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 12월에 발간되었다.
그리고 2001년 11월 군무회의에서 2년마다 5월에 발간하기로 결정하였으나,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 등의 문제로 2002년 5월에는 발간되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에 김대중 정부가 추진한 국방정책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1998~2002 국방정책’이 발간되었다.
2004년 5월에 발간되어야 할 ‘2004년 국방백서’ 역시 발간이 연기된 끝에, 2005년 2월에야 발간되었고, 그 뒤 2006년부터는 2년마다 발간되어 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펴낸 ‘2018 국방백서’에서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란 표현이 삭제되기도 했다.
국방백서는 한글판 외에 영문으로도 발간되고, 국회, 언론기관, 정부부처, 교육기관, 도서관 및 군 관련 기관 및 안보 관련 전문가 등에게 배포된다.
요즘은 국방부가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항목 외에 이슈가 있을 때마다 객관적이고도 철저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교훈을 제시하는 백서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 예로 천안함사건의 발생에서부터 결과까지를 백서로 만들어 상세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단상]
2년 후 발간되는 ‘2022국방백서’에서는 우리의 탄탄한 국방력과 주변국에 대한 당당함을 세계에 알림으로, 주변국뿐만 아니라 세계가 두려워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