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杉基 / 시인, 칼럼리스트
최근 2개월 동안 나는 월요일 저녁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렸다.
JTBC에서 매주 월요일 밤 10시30분부터 2시간 동안 방영되는 '싱어게인'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서다.
'싱어게인'은 세상이 미처 알아보지 못한 무명가수, 한땐 잘 나갔지만 지금은 잊혀진 비운의 가수 등이 대중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신개념 리부팅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싱어게인'은 인기가 대단해서 지난 1일 방영된 TOP6 결정전에서는 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플랫폼 기준 시청률 11.8%를 기록했고, 동시간대 1위이자 자체 최고 신기록도 세웠다고 한다.
‘싱어게인’ 룰은 심사위원 8명으로부터 Again 판정을 많이 받은 참가자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고, Again 판정을 적게 받은 참가자는 탈락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TOP6 결정전 때 나는 이상한 상황을 목격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 개인적으로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A참가자가 상대인 B참가자보다 노래를 더 잘 불렀는데도 탈락했기 때문이다.
물론 B참가자도 아주 잘 불렀고 그래서 심사위원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이를 지켜보던 진행자는 50.1:49.9 결과가 예상된다며, 누가 탈락해도 너무 아쉬울 것 같다는 멘트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5:3 정도 수준에서 A참가자가 Again을 많이 받고 TOP6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결과는 B참가자가 Again 7개를 받고 A참가자는 Again 1개를 받으면서 7:1로 A참가자가 탈락하고 말았다.
7:1이라는 결과에 대해서는 나뿐만 아니라, 심사위원 모두도 무척 당황한 모습이었다.
그 때, 나는 심사위원들의 반응에서 A참가자가 탈락한 이유를 눈치 챌 수 있었다.
B참가자보다 A참가자가 조금 더 잘 했지만, 모든 심사위원들이 A참가자에게 Again을 주어 8:0이라는 결과가 나오면, 최선을 다한 B참가자의 실망이 너무 클 것을 예상하여, 심사위원들 개개인이 자신만이라도 B참가자에게 Again을 주어 조금이나마 배려를 하고 싶었던 게 내가 얻은 해답이었다.
심사위원들이 버튼을 누르기 위해 고민하는 짧은 순간 배려를 생각했기 때문에 B참가자에게 Again을 더 많이 주는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번 경우 A참가자와 B참가자의 실력 차가 많이 났다면 동정심의 결과로 보겠지만, 실력 차가 거의 나지 않았으니 분명 동정심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결과를 바꿔버리는 심사위원들이 배려가 ‘아름다운 배려’가 아닌 ‘불편한 배려’였다는 점이다.
심리학에서도 동정심과 달리 ‘불편한 배려’에 의해 결과가 뒤바꿔지는 이런 상황을 무슨 현상이라고 할 것 같다.
'싱어게인'은 TOP6가 정해진 지난 2일 0시30분부터 우승자를 가리기 위한 온라인 사전투표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A참가자도 패자부활전에서 다시 살아나 TOP6에 들어갔다.
TOP6 결정전에서는 A참가자가 심사위원들로부터 ‘불편한 배려’에 의해 피해를 봤지만, 온라인 사전투표와 10일 치러지는 결선에서는 시청자들로부터 오히려 ‘불편한 배려’에 의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단상]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각 당의 경선이나 단일화 후 결선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불편한 배려’에 의한 유불리를 모든 후보는 잘 따져봐야 할 것 같습니다.
(A참가자가 B참가자보다 노래를 더 잘 불렀다는 것은 제 개인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