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우리나라 인구가 준다고 하지만, 1인 가구의 증가로 가구 수는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정부도 600만 가구가 넘는 1인 가구를 위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불과 50여 년 전만해도 우리나라 가정은 대가족이었다.
그래서 가정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 그리고 자녀 등 주로 3,4대가 함께 모여 살았다.
당시는 농사를 짓고 살았기 때문에 가족 수가 많아야 해서 대부분의 가정이 대가족을 이루었을 것이다
대가족 가정에서는 집안의 어른인 할아버지가 가정의 중요한 일을 모두 결정했고, 할아버지의 말은 법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대가족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도 항상 그 마을의 나이 많은 어른이 있어, 그 마을의 대소사나 분쟁 같은 일들이 생길 때마다 어른에게 찾아가 지혜를 구했다.
내 기억으로도 내가 살았던 시골 마을의 어른의 판단은 항상 옳았고, 마을의 비전이나 방향성을 누구보다도 잘 읽고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 정가에서도 김종인 위원장이 시골 마을 어른과 같이 범야권의 큰 역할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3일 오세훈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꺾고 야권 단일후보가 됐을 때 “안철수는 오세훈한테 진 것이 아니라 김종인한테 졌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당시 김종인 위원장을 비판하며 안철수 대표를 야권 단일후보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른바 보수 신문 논객들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정가의 관심은 벌써부터 김종인 위원장이 재보궐선거 이후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쏠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김종인 위원장의 실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정가에서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김종인 위원장의 리더십과 정치적 성과에 대해 정치부 기자들이 ‘할배이즘’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고 한다.
여기서 ‘할배이즘’은 고령의 김종인 위원장이 가진 독특한 이념 체계와 정치적 리더십을 뜻하는 말이다.
1940년생으로 80살이 넘은 김종인 위원장이 젊은 정치인들에 비해 훨씬 진취적인 정책 노선과 강력한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모든 분야의 지도자는 나이 많은 어른이었으나, 인터넷 보급과 함께 세상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지도자의 연령도 젊어지게 되었다.
특히 지금은 어른의 권위가 무너지면서 나이 많은 어른이 지도자 반열에 들어간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런 시점에 김종인 위원장의 혜안이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할배이즘’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잘 되새겨봐야 한다.
우리가 김종인 위원장을 좋아하고 싫어하고 그런 차원을 넘어 고령의 정치인의 판단이 결과적으로 주목받았다는 데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어느 분야에서도 ‘할배이즘’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급속하게 고령사회로 가면서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과반을 넘어가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가 ‘할배이즘’의 등장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흔히 ‘고령’하면 ‘병들고 연약함’을 연상하는데 고령은 단지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도 우리 사회가 잘 인식해야 한다.
[단상]
우리 주변에 존재할 수도 있는 ‘할배이즘’을 잘 관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