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주말에 ‘KTX강릉선’을 타고 강릉 경포대에 다녀오기 위해 예약을 해보니, 소요시간 2시간에, 출발지는 서울역인데 강릉에서 돌아올 때 도착지는 청량리역이었다.
‘강릉선’은 서울과 강릉을 잇는 KTX의 노선으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대비하여 2017년 12월 22일 개통되었다.
개통 초기에는 원주-강릉 구간의 철도 노선명인 ‘경강선’의 이름을 따서 ‘KTX경강선’으로 불리었으나, 명칭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공모를 거쳐 2018년 4월 16일 ‘강릉선’으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당시 나도 동계올림픽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KTX 평창선’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써 ‘경강선’ 대신 ‘평창선’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KTX의 운행 계통의 명칭은 ‘강릉선’이지만,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른 철도 노선명은 여전히 ‘경강선’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의 철도는 대부분 일본에 의해 건설되었다.
철도 노선은 서울역을 기점으로 하는 ‘경인선(서울-인천)’, ‘경부선(서울-부산)’, ‘경원선(서울-원산)’, ‘경춘선(서울-춘천)’, ‘경의선(서울-신의주)’이 먼저 건설되었고,
그 후 지선이라 할 수 있는 ‘호남선(대전-목표)’, ‘전라선(익산-여수)’, ‘중앙선(청량리-경주)’, ‘장항선(천안-익산)’ 등이 건설되었다.
여기서 서울역을 기점으로 하는 철도 노선 명칭을 자세히 보면 모두 '서울 京'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조선의 수도 한양을 경성(京城)으로 변경한 후 '서울 京'을 적용해 명명한 것으로 대부분 일본식 명칭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이 한국의 수도 한양의 명칭을 바꿀 때, 중국의 수도 북경과 일본의 수도 동경에 비추어, 원래 고려시대의 수도 명칭인 남경을 그대로 사용했어야 했다.
그런데 자국의 동경보다 급을 낮추기 위해 남경을 배제하고 경성으로 변경했던 것 같다.
그래도 일본 패망 후 우리나라가 수도를 한자 문화권에서 벗어난 ‘서울’로 명명하게 되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에서 목포 가는 노선이 서울-대전 노선(경부선)에 이어 대전-목포 노선(호남선)이 본선이기에, ‘경목선’이라 하지 않고 ‘호남선’이라 한 것처럼,
서울에서 강릉 가는 노선이 서울-원주 노선(경원선)에 이어 원주-강릉 노선(강릉선)이 본선인 만큼, ‘경강선’이라 하지 않고 ‘강릉선’이라 명명한 것은 잘 한 것 같다.
헌법도 개정하려는 마당에 한국의 철도 노선 명칭도 이제 일본식에서 한국식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서울역이 중심이 되는 중앙집중형 스타일에서 벗어나 지역 종착역이 중심이 되는 지방분권형 스타일로 바꿔야 한다.
‘경인선’을 ‘인천선’으로, ‘경부선’을 ‘부산선’으로, ‘경원선’을 ‘원주선’으로, ‘경춘선’을 ‘춘천선’으로, ‘경의선’을 ‘신의주선’으로,,,,,,,,
서울에서 ‘경강선’이 아닌 ‘강릉선’을 타고 강릉 경포대에 가듯, 이제 부산 해운대도 ‘경부선’이 아닌 ‘부산선’을 타고 가야 하지 않을까?
‘호남선’도 ‘목포선’으로 바꾸고, ‘전라선’도 ‘여수선’으로 바꾸고, 그래서 호남이나 전라도의 이미지도 떨쳐버려야 한다.
[단상]
한국철도공사에서 철도 노선 명칭 변경을 심도 있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