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수천 년 전, 동, 서, 남, 북, 중앙에 위치한 5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동방왕국에 아버지로부터 왕위를 물려받은 새로 부임한 젊은 왕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5색프로젝트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5색프로젝트는 5개 부족에게 동부족은 청색(파랑), 서부족은 백색(흰색), 남부족은 적색(빨강), 북부족은 흑색(검정), 중앙부족은 황색(노랑)을, 부족 고유의 색으로 부여하고, 각 부족은 지정된 색으로만 옷을 만들어 입어야 하고, 이를 어길 시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선대의 왕들이 동방왕국을 통치하면서 부족 간의 도둑질을 막는 게 가장 큰 문제였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능력 있는 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90% 이상이 문맹인 동방왕국에 옷 색깔로 부족을 구분해 놓으니, 왕도 5개 부족을 다스리는데 용이했고, 백성들도 타 부족의 사람들을 쉽게 구별할 수 있어, 왕국 전체가 도둑질 없는 세상이 되어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었다.
동방왕국의 젊은 왕은 전국을 순회하면서 옷 색깔로 어느 부족과 어느 부족이 왕래가 잦고, 어느 부족이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등 통계 수치를 정확히 파악하여 동방왕국을 다스리는데 활용했다.
1년에 한 번씩 동방왕국 수도에서 열리는 왕국체육대회 때도 전국에서 모여든 각 부족의 선수들이 5색프로젝트에 힘입어 질서정연하게 체육대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 왕은 매우 흡족했다.
또한 부족장들을 모아 놓고 왕국의 중대사를 논할 때도 각 부족의 색깔로 부족장을 구분할 수 있어, 역시 왕은 5색프로젝트 도입을 잘 했다고 생각했다.
동방왕국의 왕은 중앙부족 소속이기에 동방돵국에서는 황색 옷이나 황색 깃발이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한편, 7개 부족으로 이루어진 타원형의 서방왕국에서도 왕위를 물려받은 젊은 왕이 통치하는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7색프로젝트를 발표했다.
7색프로젝트는 7개 부족에게 빨강색, 주황색, 노랑색, 초록색, 파랑색, 남색, 보라색을, 각 부족의 고유색으로 부여하여, 각 부족은 지정된 색만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서방왕국은 왕이 중앙부족에 속해 있는 동방국가와 달리, 왕이 신과 같은 존재로 하늘에 있다고 여겨, 왕은 빨, 주, 노, 초, 파, 남, 보 모든 색을 합쳤을 때 나오는 백색(흰색)을 사용했다.
동방왕국의 5색프로젝트는 음과 양의 기운이 생겨나 하늘과 땅이 되고 다시 음양의 두 기운이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오행을 생성하였다는 음양오행사상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음양오행의 사상에 따른 분류로 중앙과 사방을 기본으로 삼아, 오방(동, 서, 남, 북, 중)의 색이 설정되었다.
그리고 서방왕국의 7색프로젝트는 하늘의 기운을 닮은 무지개의 7가지 색을 기초로 하고 있어, 방향이 아닌 합성의 의미로 설정되었다.
왕국을 대표하는 색깔도 동방왕국에서는 오방에서 중앙인 황색이, 서방왕국에서는 무지개 색을 모두 합친 백색이 왕족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대표색깔이 되었다.
동양의 황인종과 서양의 백인종에 대한 무모한 추측성 이야기 같지만, 그래도 방향을 중요시하는 동양에서는 황색이 상징적인 색이고, 합(合)을 중요시하는 서양에서는 백색이 상징적인 색이라는 점에 대해 우리가 깊이 되새겨봐야 한다.
현재의 지구촌도 동방왕국과 서방왕국의 젊은 왕이 5색프로젝트와 7색프로젝트를 통해 왕국의 도둑질을 없앴듯이, 흰색(백인), 노랑색(황인), 검정색(흑인)으로 구분되어, 서로 씨 도둑질을 할 수 없도록 3색프로젝트가 가동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지구촌에 3색프로젝트가 가동되지 않고 동일한 피부색으로 인류가 살아간다면, 지구촌은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국제적인 범죄와 무질서가 난무했을 것이다.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신분증도 보이지 않았는데, 피부색만 보고 우리가 어느 대륙 사람인줄 알아챔으로써 서로가 다른 문화를 범하지 않고 존중하면서 살아간다는 게 지구촌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동방왕국의 5색프로젝트나 서방왕국의 7색프로젝트의 핵심이 도둑질을 못 하게 하는데 있듯이, 현재 지구촌의 3색프로젝트의 핵심도 씨 도둑질을 비롯하여 온갖 도둑질을 못하게 하는데 있음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 할 것이다.
[단상]
지어낸 이야기지만, 피부색으로 인종을 구별할 수 있다는 게 인류의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