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힘입어 올해 첫 분기에서 흡족한 성적표를 받았다.
호황기에 진입한 2022년 이래 수주했던 선박들이 실제 실적으로 잡힌 것으로써 향후 2∼3년은 이러한 호실적 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기대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조선업이 한미 협력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전망이 더 밝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 HD한국조선해양 영업이익 436.3%↑…한화오션은 388.8%↑
국내 조선업체 '빅3'인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나란히 동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3년 만에 연간 동반 흑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첫 분기에서는 최대 세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을 대폭 개선한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매출은 6조7천717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2.8%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436.3% 증가한 8천592억원을 기록했다.
조선 계열사 HD현대중공업이 매출 3조8천225억원, 영업이익 4천337억원으로 호실적을 이끌었고 HD현대삼호와 HD현대미포도 각각 매출 1조9천664억원과 1조1천838억원, 영업이익 3천659억원과 685억원으로 뒷받침했다.
한화오션의 경우 매출은 3조1천431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7.6%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천586억원으로 388.8% 증가했다.
삼성중공업은 매출은 6.2% 증가한 2조4천943억원, 영업이익은 58% 증가한 1천231억원이다.
◇ 호황기 수주 물량 인도 본격화…고부가가치 선별 전략 주효
조선 3사가 올해를 고공행진으로 시작한 것은 호황기가 시작한 2022년께 수주했던 물량의 인도 시점이 도래하면서다.
선박 계약 대부분은 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 대금을 많이 받는 '헤비 테일' 형태이기 때문에 인도 시점에 매출로 잡히는 금액이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4년 가까이 이어진 신조선가 상승세와 함께 고환율 기조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업은 계약금을 달러로 지불받는다.
아울러 글로벌 발주 물량이 빗발치는 상황에서 단순히 양을 늘리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선별 수주했던 전략도 주효했다.
이러한 요인들이 단기적인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에서 앞으로 2∼3년간은 충분히 호실적이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전 수주한 고선가 물량이 본격적으로 매출에 반영되면서 실적이 개선됐고 생산성이 높아져 공정이 안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앞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을 비롯한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실적 개선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 대미 통상 지렛대로 떠올라…한미 협력 기대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한미 조선업 협력이 대두되는 상황은 겹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을 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과의 협력을 처음 언급했다.
이후 조선업은 미국의 관세 파도가 거센 상황에서 대미 통상 전략의 지렛대로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지난 24일(현지시간) 열린 한미 고위급 2+2 통상 협의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와 함께 주요 의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미국 측은 한미 조선 협력을 먼저 언급하며 미국 내 스마트 조선소 구축과 기술 이전, 조선 인력 양성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기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미국 측이) 조선 산업 협력 비전에 대해 공감대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조선산업 협력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와 더불어 인력 양성, 기술협력 등 앞으로 같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미국 행정부가 목말라하는 조선산업 역량 강화에 잘 맞아들어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