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고등학교 동기 단톡방에 매일 유익한 글과 건강 상식 그리고 가끔 일기예보도 올리는 친구가 있다.
나는 누군가 나에게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내오면, 보내는 사람의 성의를 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읽어보는 편이라, 친구가 보내는 글과 동영상도 놓치지 않고 보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동기 친구의 메시지가 다른 사람에게는 의미 없게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오는 내용들이 많다.
그런데 어제 저녁 친구가 광복절 대체휴일(8.16)에 예봉산 등산 도중 발목을 다쳐 헬기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됐다는 연락을 받고 나는 깜짝 놀라 전화를 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위로전화를 받느라 그런지 한참 동안 전화 연결이 안 되다가 밤 10시가 넘어 겨우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나는 친구와 전화를 마치고 난 후, 잠시 동안 친구를 생각하면서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고, 나 스스로가 육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메시지에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을 때는 전화 한 번 않다가, 발목이 다쳤다고 하니 큰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기 때문이다.
지난 40여 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고, 지금도 교육 현장에서 교장으로 열심히 뛰고 있는 친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정보나 메시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다.
그래서 고등학교 단톡방에 매일 같이 유익한 정보를 올렸는데, 나는 친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 정보보다 발목 부상에 더 관심을 가졌다는 게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 전 내가 다니는 교회 목사님도 대장에 용종 두 개를 떼어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을 때, 평소 연락도 없었던 지인들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평소 목사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적인 부분을 언급할 때는 아무도 관심이 없다가, 목사님 스스로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육적인 질병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큰 반응을 보였다면서 목사님은 안타까워했다.
오래 전에 만난 모 회장님의 얘기도 이와 비슷한데, 회장님이 중요시하는 가문을 세우는 모임 소집에는 자식들이 바쁘다고 핑계를 대며 오지 않다가, 재산문제를 언급하면 외국 출장도 미루고 모인다고 했다.
우리는 영적인 것과 육적인 것 그리고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그리고 내용적인 것과 형식적인 것 중에서, 육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그리고 형식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영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 그리고 내용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고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이나 행동은 이미 육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 그리고 형식적인 것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내 생각으로는 내가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는데, 최근 40여 년 동안 맘몬이 세상을 지배하고, 모든 분야에서 빠른 속도가 이기고, 그래서 사람도 돈과 서열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앞으로 친구가 보내 준 글을 통해 감동을 받게 된다면, 어제 발목 부상 때보다 훨씬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목사님으로부터 은혜가 되는 말씀을 들을 때도, 얼마 전 질병 소식을 들었을 때보다 더 큰 이슈로 생각하고 전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식들에게도 물질적인 문제보다 정신적인 문제를 얘기할 때, 더 강하게 강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 친구가 단톡방에 올린 글이 유난히 마음에 더 와닿는다.
"가슴 뛰는 꿈이 있는 사람은 병상에 있어도 행복합니다."
[단상]
큰 수술이라 서울대병원에서 수술받기로 했다는 친구(윤 교장)를 위해 기도합니다.
To : 고등학교 단톡방 친구들
뭐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지, 위로전화를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