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어제(1.5) 오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기동성을 극대화한 실무형 선대위 본부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오후에 모든 언론은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을 해촉하고, 4선 중진의 권영세 의원을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했다”고 발표했다.
애초에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위촉했기 때문에, 모든 언론이 해임 대신 해촉으로 표현한 것 같다.
그런데, 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에 대해서는 ‘위촉했다’고 하지 않고, ‘임명했다’고 했을까?
국어대사전에 의하면, 임명은 일정한 지위나 임무를 남에게 맡기는 것이고, 위촉은 일정한 지위나 임무를 남에게 부탁하여 맡기는 것이다.
임명은 주로 정부나 회사, 학교, 기관 등 전통적인 조직에서 발생하며, 임명자의 결정에 따라 피임명자가 정해지지만,
위촉은 주로 일시적인 조직에서 발생하며, 위촉자가 피위촉자에게 부탁하여 모셔오기 때문에, 피위촉자의 결정에 따라 위촉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임명자와 피임명자와의 관계보다 위촉자와 피위촉자의 관계가 더 자유로운 편이다.
그리고 위촉의 의미가 어떤 지위나 일을 맡기는 것으로 임명의 의미와 같기 때문에, 피위촉자라고 해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사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윤석열 대선후보로부터 위촉받고, 선대위의 모든 권한을 가진 자로서 본인이 선대위 보직자를 임명하고자 했다.
그러나 윤석열 대선후보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다 맡기는 대신 자신이 선대위 보직자를 임명했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사태가 벌어졌던 것이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김종인 전 위원장은 임명보다는 주로 위촉을 많이 받았다고 나와 있다.
그만큼 김종인 전 위원장이 모셔와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인물이고, 대체적으로 최고의 수장자리만 맡아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 선거를 위한 선거대책위원회의 수장이 아무리 정치경륜이 많고 대단하더라도 위촉이 아닌 임명을 해야 맞다고 생각한다.
선거대책위원회 수장보다 대선후보의 생각과 판단이 훨씬 더 중요하고, 나중에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에도 그 모든 책임은 대선후보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석열 대선후보가 어제는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에게 위촉이라는 카드 대신 임명이라는 카드를 사용했던 것 같다.
사실 임명이나 위촉은 일정한 지위나 임무를 맡기면서 피임명자나 피위촉자의 충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임명자나 위촉자가 피임명자나 피위촉자를 신뢰하고 스스로 소신을 가지고 일하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행위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임명이나 위촉은 피임명자나 피위촉자보다 임명자나 위촉자의 생각과 자세와 태도가 훨씬 더 중요한 것이다.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을 선출해서 대통령에게 나라 일을 맡아달라고 위촉했지, 대통령이 임명한 피임명자에게 나라 일을 맡긴 게 아니듯이,
당원과 국민이 대선후보를 선출해서 대선후보에게 대통령이 되라고 위촉했지, 대선후보가 임명한 피임명자에게 대통령선거를 맡긴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라 일에 관한한 잘했건 못했건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에, 피임명자의 사소한 실수 하나까지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듯이,
선거대책본부에서 일어나는 작은 실수 하나까지도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윤석열 대선후보가 검찰총장 재직 당시 야권 인사들로부터 잘못을 지적받을 때도 그 책임이 궁극적으로는 임명자인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어제 윤석열 후보가 임영과 위촉의 의미를 구분해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에게 위촉장이 아닌 임명장을 수여했다는 점에 대해서 우리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가 궁금하다.
[단상]
정치적인 의미는 빼고 위촉과 임명에 대한 의미로만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