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1 (일)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아들아, 지는 꽃의 힘을 아느냐 / 안도현]

아들아!
가을이 저렇게 소리도 없이 왔다.
마당가의 석류나무가
네 주먹만한 열매를 맺었구나.
작년에도 두 알이더니
올해에도 변함없이 딱 그대로다.
석류나무는 더 굵은 열매들을,
더 많이 주렁주렁 매달아
우리한테 보여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도 그만 힘이 부쳤나 보다.
나뭇가지가 턱없이 가늘어서
석류 두 알도 저렇게
간신히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구나.

아들아,
석류나무 밑동에 여린 줄기들이
오종종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
사람들은 그걸 보고

석류나무가 어린 새끼들을 데리고

함께 자란다고 말하지.

먹여 살려야 할 식솔이

많이 딸린 가장을 보는 것 같단다.

그 새끼들은 어미의 뿌리에서 나온 것들인데,

어미가 취해야 할 양분을 빨아먹고 자란단다.

하지만 어미 석류나무한테서
실한 열매를 얻으려는 생각으로
나는 그 어린 것들을 이따금 잘라주곤 했었다.
매정하고 아까운 일이지만 할 수가 없었지.


나는 또 지난 여름
땅으로 낭자하게 뚝뚝 떨어지던
그 많은 석류꽃들을 생각한다.


아들아,
너는 주홍빛 석류꽃을 기억하느냐?
석류꽃도 봄날의 동백꽃처럼 온몸을
송두리째 내던지며 처연하게 진단다.
한잎 한잎 나풀거리지 않고

꽃받침에서 몸을 떼는 순간,

마치 결심한 듯이

아무 주저함도 없이 낙화하는 꽃이란다.

제 빛깔이 채 바래기도 전에
지고 마는 꽃을 보면서
나는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아들아,
내가 목이 댕강 떨어진 석류꽃을
몇개 주워 들고 들여다보고 있을 때였다.
네 할머니께서 물끄러미 나를 보시더니
무슨 청승이냐는 듯 한마디 던지셨지.
'꽃이 그냥 지는 줄 아나?

지는 꽃이 있어야 피는 꽃도 있는 게야.'

네 할머니는 지는 꽃 때문에

석류알이 굵어진다고 말씀하시는 거였다.
꽃 지는 것 보며 공연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질 필요가 뭐 있겠느냐며 웃으셨지.


        아들아, 알겠느냐?

        그러니까 저 석류 두 알은

        저 혼자의 힘으로 열매가 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난 여름 땅으로 떨어져간 수 백송이의 꽃들,

        그 지는 꽃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열매가 맺힌 거란다.


        아들아,

        아직 너는 어려서

        언제든 화사하게 피는 꽃이 되고 싶겠지.

        하지만 지는 꽃을 잊지 말기 바란다.

        사과 한 알을 먹을 때에도

        그 사과를 위해 떨어져간 수많은 사과꽃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오늘 아침 네가 떠먹는 한 숟갈의 밥에도

        농민들의 땀방울과 뜨거운 햇살과

        바람소리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그리하여 이 가을에는

        부디 그 앞에서 겸손해지기 바란다.


        언젠가 네가 학교에 갔다가

        흠씬 두들겨 맞고 돌아온 적이 있었다.

        한쪽 눈두덩이 시퍼렇게 부어오른 것을 보고

        나는 그 때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지.

        “너도 그 자식 한대 세게 때려주지 그랬어?”

        그때 네 할머니가 손을 내저으셨지.

        “아니다, 굳이 그럴 거 없다.

        지는 게 나중에는 이기는 거란다”.


        그 때 할머니의 그 말씀을

        한참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야

        나도 조금 이해하게 되었단다.


        아들아,

        대부분 사람들은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들이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 말을 전폭적으로 믿지는 마라.

        세상에는 승리한 사람보다는

        실패한 사람이 많고,

        실패한 사람 때문에

        승리한 사람이 두드러져 보이는 법이란다.

        지는 꽃이 있어야

        열매가 맺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너한테 늘 실패하는

        인간이 되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실패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패 앞에서 기죽지 않을 용기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들아,

        네 할머니가 누구시냐?

        계단을 오를 때면

        몇 걸음 못가 숨을 내쉬어야 하고,

        이제는 꽃으로 따진다면

        바로 지는 꽃이 아니겠느냐.

        그 지는 꽃 때문에 이 아비는 아비대로

        세상을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고,

         또 너의 키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가는 게 아니겠느냐?


          - 안도현 / "아들아,지는 꽃의 힘을 아느냐" [2003년,'올해의 문장상' - 수필부문 수상작품]



        - 사진 / Don Paulson photographer


기획특집

더보기
이주호 권한대행 "국회와 충분히 소통…안정적 국정운영에 최선"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일 "무거운 책무를 맡게 돼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대선을 한 달 앞둔 기간이기 때문에 공정한 선거관리에 중점을 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부로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는 이 대행은 정부서울청사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대행으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이 대행은 '대행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입장에 대해선 "국정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안정적으로 국정이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이 대행으로 맡음으로써 외교·안보·통상에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는 "국회와 충분히 소통하고 국무위원들과 잘 논의해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의대교육과 관련해서는 "일단 의대생들은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학사 관리하도록 하겠다"면서 "의대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난제를 짧은 기간이지만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정 서열 4위의 이 권한대행은 전날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IT

더보기
헌법 84조 해석 안 밝힌 대법원…李 당선시 형사재판 멈출까
대법원은 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84조에 관한 해석은 별도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이유로 기존 형사재판이 정지되는지 여부는 일단 사건을 맡은 각 재판부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최종 해석은 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때 '소추'의 정의가 문제가 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소추를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한다. 말 그대로 현직 대통령을 내란·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법조계에서 이견이 없다. 그런데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 해당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된다. 이 후보는 전날 파기환송된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백현동 등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총 5개 재판을 받고

교통/관광

더보기

해상/항공

더보기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한자리에…'5월 동행축제' 개막
국내 최대 규모의 중소기업·소상공인 제품 소비 촉진 행사인 5월 동행축제가 오는 30일까지 한 달간 전국에서 열린다. 동행축제는 중소·소상공인 제품을 전국적으로 홍보하고 판매하기 위한 대규모 소비 진작 행사다. 올해는 3·5·9·12월 등 총 4차례에 걸쳐 개최된다. ◇ 오는 3일 세종서 개막…개막 판매전 전국 4곳서 동시 진행 중소벤처기업부는 오는 3일 오후 6시30분 세종중앙공원 도시축제마당에서 5월 동행축제의 공식 개막식을 연다고 2일 밝혔다. 이보다 하루 앞선 이날부터 오는 4일까지는 세종을 비롯해 인천 소래포구, 춘천 호반광장, 나주 빛가람호수공원 등 4곳에서 개막 판매전을 동시에 진행한다. 중기부는 그간 동행축제 개막식을 한 곳에서만 진행했지만, 올해는 전국적인 소비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여러 곳에서 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개막 판매전에서는 지역특산품 판매, 어린이 체험행사, 문화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가 마련된다. 세종 개막 판매전에서는 '동행제품 300 체험관'을 운영한다. 우수 소상공인 제품을 전시·체험하고 QR코드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세종시 소상공인연합회 소속의 푸드트럭 20대도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먹거리

기본분류

더보기
산업차관 "한미, 이번 주 작업반 구성…내주 본격회의 개시"
한미 정부가 지난 24일 고위급 통상 협의를 통해 본격적 '관세 협상'에 나선 가운데 양측이 이번 주 협상 세부 의제를 논의할 작업반을 구성하고, 내주부터 실질적 세부 협의를 시작한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8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이번 주 중후반 작업반 구성이 완료될 예정으로, 이르면 다음주 본격적 작업반 회의가 개시될 예정"이라며 "미측과 협의 거쳐서 비관세를 포함해 6개 정도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차관은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방미해 미국 측과 작업반 구성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면서 작업반이 구성되는 대로 각 작업반에 관계 부처가 대거 참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미는 지난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 관세·비관세 조치 ▲ 경제안보 ▲ 투자 협력 ▲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로 의제를 좁힌 바 있다. 박 차관은 미국 재무부와 한국 기획재정부가 별도 채널로 논의키로 환율 의제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통상 분야 의제를 다시 6∼7개 세부 의제로 나눠 작업반이 구성될 것이라면서도 어떤 세부 의제의 작업반이 구성될 것인지는 이주 실무진 차원의 방미 협의를 통해 구체화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그간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 등을 통

닫기



사진으로 보는 물류역사

더보기

갤러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