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전혀 연관이 없는 단어 12개(1투수, 2김연아, 3암벽, 4법원, 5낙동강, 6국회의원, 7치맥, 8간호사, 9미국, 10원자폭탄, 11죽음, 12병원)를 순서대로 외우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평소에 순서대로 잘 기억하고 있는 신체부위 12개(1발바닥, 2발톱, 3발등, 4발목, 5종아리, 6무릎, 7허벅지, 8엉덩이, 9배, 10배꼽, 11명치, 12가슴)에 위 12개의 단어를 적용하여 연상하면, 순서대로 외우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아래와 같이 한 번만 연상하면 된다. 발바닥(1)이 건강한 투수(1)가 균형을 잘 잡는다. 발톱(2)이 빙상경기장 같아 은반 위의 김연아(2)가 생각난다. 발등(3)은 산악인이 암벽(3)하기 쉬운 바위 같이 생겼다. 발목(4)에 쇠사슬이 달린 죄인들이 법원(4) 마당에 모여 있다. 종아리(5)에 알이 베기면 낙동강(5) 오리알이 생각난다. 무릎(6) 꿇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국회의원(6)들의 모습이 안타깝다. 허벅지(7)를 치면서 캬- 하는 소리를 내며 치맥(7)을 먹는 광경이 멋지다. 엉덩이(8)는 간호사(8)가 주사 놓기 좋은 곳이다. 배(9)로 우리나라 상품이 미국(9)으로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만약, 방송국 요리프로에 백종원씨가 보조요원과 함께 나와, 요즘 제철음식인 냉이무침 요리하는 방법을 강습한다고 가정할 때, 그 상황을 라디오로 듣는 사람과 TV 화면으로 보는 사람과 방송국 관람석에서 관객으로 참여하는 사람과 요리하는 무대에서 백종원씨를 도와주며 시식하는 보조요원과 직접 맛을 보며 냉이무침을 만드는 백종원씨가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를 것이다. 라디오로 듣는 사람은 귀로만 느끼고, TV 화면으로 보는 사람은 눈과 귀로만 느끼지만, 방송국 관람석에서 관객으로 참여하는 사람은 눈과 귀와 코로 느낄 수 있고, 시식하는 보조요원은 눈과 귀와 코와 입으로 느낄 수 있고, 직접 맛을 보며 냉이무침을 만드는 백종원씨는 눈과 귀와 코와 입과 손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라디오에서는 청각으로, TV에서는 시각, 청각으로, 관람석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으로, 요리를 만드는 무대에서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으로 느낄 수 있고, 그리고 백종원씨 본인은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 다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의 다섯 가지 감각(視覺, 聽覺, 嗅覺, 味覺, 觸覺)이 어디까지 적용되느냐에 따라, 라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성경 누가복음에 의하면, 예수는 자기를 초대한 주인에게 식사를 대접하려거든 친구와 형제와 친척과 잘 사는 이웃을 초대하지 말라고 부탁하면서, 그들이 다시 너를 초대하여 갚으면 네 상급이 없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과 절름발이와 맹인을 초대하라고 하면서, 그리하면 심판하실 때, 갚을 수 없는 사람을 초대한 대가로 하나님이 보상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지 말고, 갚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게 누가복음 저자가 언급한 예수의 베품에 대한 원리다. 그렇다면 베품을 받은 자가 베푸는 자에게 보상하는 것이 베푼 자의 하늘의 상급을 빼앗는 것일까? 성경에 나오는 베품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에 따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위 내용이 베푸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이지 베품을 받는 자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니기 때문에 굳이 답을 찾지 않아도 될 것 같다. 결론적으로, 베품에 대한 예수의 가르침은 갚을 수 있는 자에게 베풀어 상대가 다시 나에게 갚으면 내 상급이 없어지고, 값을 수 없는 자에게 베풀어 상대가 못 갚아야 그 대가로 하나님으로부터 상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우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민수네와 주보네는 같은 마을에 살고 있지만, 한국이네 과수원을 조상대대로 번갈아가며 경작하다보니 별로 좋지 않은 사이다. 70년 전, 한국이네 할아버지는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과수원을 경작할 사람을 선정해서 일정 기간 동안 과수원 운영을 맡겼다. 한국이네 과수원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의 일터이자 수입원이었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었기에, 과수원 경작자가 어떻게 과수원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마을 전체의 행복이 걸려 있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그래서 한국이네 할아버지는 당시 마을 사람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마을 주민투표를 통해 과수원 경작자를 선정했다. 민수네와 주보네는 지난 70년 동안 마을 주민투표를 통해 한국이네 과수원을 번갈아가며 경작자로 선정되었다. 5년 전까지는 민수네가 10년 동안 과수원을 경작해왔는데, 당시 민수네가 과수원에 쓸 비료를 다른 곳에 사용했고,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로 과수원 곳곳이 오염되고 말았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이 민수네 책임을 묻게 되었고, 결국은 마을 주민투표를 거쳐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이 주보네에게 넘어갔다. 그 후, 주보네는 한국이네 과수원 경작을 맡자마자, 약 2년 동안 비료를 빼돌린 범인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3월 4일과 5일 이틀 동안 진행된 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투표율이 전국단위 선거에서 사전투표가가 실시된 지난 2014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유권자 총 4,419만7,692명 가운데 1632만3602명이 투표해 최종 투표율이 36.93%로 집계됐다. 미국도 2000년 치른 대선에서 투표율 66.80%에 사전투표율(우편투표 포함) 47%를 기록하며, 사실상 총 투표자 중 70.35%가 사전투표를 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니까 2000년 미국 대선에서 투표자 100명 중 30명만 선거 당일 본투표를 하고, 70명은 사전투표를 한 셈이다. 우리나라도 20대 대선 투표율을 77.20%(19대 대선 투표율)로 가정한다면, 사전투표율이 36.93%이기 때문에, 실제 예상 총 투표자 중 47.83%가 사전투표를 한 것이고, 이는 총 투표자 중 반절이 이미 사전투표를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원래, 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자에게 기회를 주는 사전투표보다 선거 당일 하는 본투표 비중이 컸고, 그래서 선거 당일 본투표가 투표율도 더 높고, 더 큰 이슈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해 8월 미국의 바이든이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withdraw) 명령을 내리기 직전, 탈레반의 한 간부인 뮤라자드 라만은 “미국에 시계가 있다면 우리는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탈레반 자신들은 끝까지 버티면 되지만, 미국은 떠나갈 거라는 말이었고, 결국 미군은 철수했고,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러시아의 푸틴도 뮤라자드 라만의 말처럼 “미국에 시계가 있다면 러시아에는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푸틴이 아프가니스탄과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와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교전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대선정국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판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의 철수(撤收)를 놓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힘겨루기 하는 모습이 아프가니스탄이나 우크라이나에서의 미군 철수 문제를 놓고, 탈레반이나 러시아와 미국이 힘겨루기 하는 모습과 닮은 것 같다. 먼저,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가 지정학적으로 국제정치의 무대에서 접점에 있는 것이 대한민국과 닮은 것 같고, 아프가니스탄과 우크라이나와 멀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지난 24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대상 시상식장에서 우리나라 의리(義理)의 대명사인 배우 김보성씨를 만났다. 요즘 우리나라가 정치인도 경제인도 일반인도 모두 자신의 이익만을 쫓느라 의리(義理)는 아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김보성씨 인기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고 한다. 나는 김보성씨가 우리 국민에게 특히 정치인에게 던지는 메시지 ‘의리’가 지금 우리 사회에 절실한 덕목 중의 하나이기에, 배우 김보성씨가 우리나라의 ‘의리 전도사’이자 중요한 보배라는 생각을 했다. 원래 의리(義理)는 맹자의 중심사상인 의(義)가 송대에 이르러 다시 부각되면서, 의(義)를 실천해야 하는 근본 이유와 근거까지 밝혀, 의(義)에 이(理)를 덧붙여 의리(義理)로 일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이 살아야 할 올바른 길이 무엇이고, 어떤 삶이 가치 있는 것인가 등을 다뤘던 송학(宋學)을 의리를 밝히는 학문이라는 의미에서 의리학(義理學)으로 부르기도 한다. 맹자는 공자의 중심사상인 인(仁)과 짝으로 의(義)를 중요시했다. 인(仁)은 인간이 어질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개념과 그 본질에 입각한 행위를 의미하는 실천적인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1980년대 후반 모 그룹 방글라데시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휴일이면 한국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방글라데시 국회의사당을 자주 찾곤 했다. 당시 현지 직원이었던 Mr. Mustag이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의사당을 가리키며 방글라데시 국민이 국회의원에게 보내는 Red card라고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Mr. Mustag은 집권당이 저지르지 않은 비리를 제1야당이 범했을 때는 제1야당의 작은 비리도 큰 이슈가 되고, 반대로 제1야당이 저지르지 않은 비리를 집권당이 범했을 때도 집권당의 작은 비리도 큰 이슈가 되지만, 집권당이나 제1야당이 같이 저지르는 각종 비리는 거대한 사건일지라도 절대 No problem이라고 했다. 이유는 집권당과 제1야당이 함께 저지르고 있는 비리를, 만약 어느 한 쪽에서 폭로하면 다른 한 쪽에서도 동종의 비리를 곧바로 폭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방글라데시 국민은 집권당과 제1야당이 함께 저지르는 커다란 국책사업 등의 비리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며, 방글라데시가 못사는 이유가 집권당과 제1야당이 함께 저지르는 비리에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당시 Mr. Mustag에게 집권당과 제1야당이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19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 맞짱문화가 꽤 성행했었다. 원래 맞짱은 일대일로 맞서 싸우는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 소위 맞짱까기나 맞짱뛰기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졌는데, 이는 건달 조직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때, 양 조직의 두목이 일대일로 결투를 벌이는 것을 의미했다. 맞짱은 조직의 부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싸움이 시작되고,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부하들은 자기 조직의 두목을 도와 줄 수 없고, 만약에 자기 조직의 두목이 지게 되더라도 집단으로 패싸움을 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해야 하는 페어플레이 원칙이 지켜졌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도 맞짱이 유행했는데, 이해당사자 두 명이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결투를 벌여 승패를 가렸다. 맞짱의 장점은 속도가 빠르고, 단번에 해결되고, 뒤끝 없이 깔끔하게 끝나고, 승복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맞짱에서 승리라도 하면 적당히 이기는 것이 아니라, 100:0으로 완벽하게 이기는 것이 되어, 그야말로 승자는 영웅이 되었다. 그 후로 맞짱은 토론에도 등장했는데, 보수와 진보 논객이, 노와 사 대표가 맞짱토론을 벌이면서 극한 대치 상태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곤 했다. 맞짱토론
김삼기(1959) / 시인, 칼럼니스트 요즘 TV를 켜보면 아나운서를 비롯해 프로그램 진행자나 참가자들까지도 오롯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전에는 오로지라는 단어만 사용해도 괜찮았는데, 지금은 오로지 대신 오롯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유식하게 보일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오롯이를 사용하고 있다. 사실, 오로지와 오롯이는 그 뜻이 다르지만, 비슷한 의미도 가지고 있어, 언어 구사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면 구분하기 힘든 단어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전에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방송이나 언론에서조차 오로지와 오롯이를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라는 단어만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에 누군가 틀리기 쉬운 우리말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오로지와 오롯이를 구분하여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래서 우리나라에 오롯이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에서조차 오로지와 오롯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오로지 대신 오롯이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다 오롯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유식하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우리 사회가 온통 오롯이로 범람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로지'는 다른 것은 있을 수 없고, 오직 한 곳으로 만을 뜻하는 말로, 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