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 / 시인, 칼럼니스트
대학 다닐 때, 교회 목사님은 칠판에 정삼각형을 그려놓고 세 변에 교회, 가정, 직장을 써넣은 후, 우리 삶이 '교회-가정-직장 싸이클' 중 어는 한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3박자 삶이어야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꽉 채워진 여러 개의 정삼각형을 그려놓고, 정삼각형처럼 '교회-가정-직장'의 3박자 삶을 살아야 삶 전체에 빈틈이 생기지 않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나는 당시 목사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30대 초반까지는 균형 있는 3박자 삶을 살기 위해 무척 노력했다.
그런데 사회는 나를 단순하고, 외골수고, 그래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난 사람으로 평가절하하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내 3박자 인생에 '운동'을 추가하게 되었고, 이 네 가지 대상에서 어느 한 쪽도 치우치지 않고 골고루 배려하며 '교회-가정-직장-운동'이라는 4박자 삶을 살 수 있었다.
나는 40대 초반까까지 4박자 삶을 추구하면서 정사각형도 정삼각형처럼 여러개를 모을 때 빈틈 없이 다 채워진다는 생각과 함께 내 인생도 낭비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역시 사회는 나를 네모난 정사각형처럼 강한 성격의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50대 초반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 두 개를 추가하여 '교회-가정-직장-운동-정치-글쓰기'의 6박자 삶을 살기 시작했다.
정육각형은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보다 모나지 않아 부드럽고, 또한 여러 개가 모여 빈틈 없이 전체를 구성할 수 있는 구조여서 그런지 몰라도 당시 내 인생은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었고 행복했었다.
그러나 50대 후반부터 갑자기 욕심이 생기면서 내 6박자 삶에 많은 가치들이 추가되었고, 그래서 약 12박자 정도의 삶으로 변하게 되었다.
돌아켜보니, 내가 30대 때는 정삼각형의 3박자 삶으로, 40대 때는 정사각형의 4박자 삶으로, 50대 초반에는 정육각형의 6박자 삶으로, 그리고 50대 후반에는 12박자 삶으로 살아온 것 같다.
내 삶을 점검해보는 의미에서 전체 둘레가 12cm인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 정12각형, 원의 각각의 넓이를 계산해봤다.
먼저 한 변의 길이는, 정삼각형이 4cm, 정사각형이 3cm, 정육각형이 2cm, 정12각형이 1cm, 원이 0cm였고,
공식에 의해 계산한 면적은, 정삼각형이 5.92cm², 정사각형이 9.00cm², 정육각형이 10.39cm², 정12각형이 11.19cm², 그리고 원은 11.46cm²였다.(변이 없는 원의 면적이 가장 큼)
위 계산에서 정다각형의 각이 많아질수록 한 변의 길이는 짧아져도 면적이 넓어지는 것처럼, 내 삶도 나이가 들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많아지면서 각 분야별로 관심은 줄었지만, 삶 전체는 풍성해졌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정다각형은 여러 개가 모여서 전체를 메울 수 없지만, 정삼각형, 정사각형, 정육각형은 전체를 빈 공간 없이 메울 수 있듯이, 내 삶도 3박자, 4박자, 6박자 때의 삶이 가장 안정적이었고,
정12각형의 다각형이 모일 때 빈 공간이 생기듯이, 50대 후반 내 삶의 12박자에서는 수많은 가치들로 인해 빈 공간이 많이 생겨 불안정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12박자 삶에서 벗어나 60대에는 6박자 삶으로, 그리고 70대에는 4박자나 3박자 삶으로 살 계획이다.
그래야 삶의 낭비가 없을 것 같다,
지금은 나에게 중요한 관심사었던 '정치'를 '친구'로 바꿔, '교회-가정-직장-운동-친구-글쓰기'의 6박자 삶을 추구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삶의 정육각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육각형은 수학이나 공학에서도 가장 안정된 구조이며, 물도 6개의 분자가 응집돼 정육각형을 이룰 때. 우리 몸에 이롭다고 한다.
[단상]
꿀벌의 집은 정육각형으로 되어 있는데, 정육각형이 가장 안전한 구조이고, 가장 적은 밀랍으로 많은 꿀을 보관할 수 있는 입체구조가 정육각형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6박자 삶을 추천합니다.